프로슈머 시대의 마케팅

마케팅 넋두리|2008.09.09 22:32
물결아리, 아름아리, 뷰아리, 꿈아리, 보람아리, 예아리, 희아리, 드림아리, 끼아리, 두아리…. 이들은 모두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슈머 동아리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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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슈머의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많은 기업이 프로슈머로부터 제품개발과 마케팅 활동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정보를 얻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이미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LG의 ‘초콜릿폰’이나 두산의 ‘처음처럼’은 프로슈머를 활용해 성공한 마케팅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프로슈머(prosumer)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 nsumer)의 합성어, 혹은 전문가(professional)와 소비자의 합성어를 의미하지만 때론 자족형(DIY: Do It Yourself) 소비자를 부를 때도 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성어로서의 프로슈머는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말하며 원시농경사회에서와 같은 자급자족형 인간은 모두 프로슈머라고 할 수 있다. 건축의 경우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객인 발주자가 요구하는 사양이 건축물의 설계와 시공에 반영되어 왔다.

현대적 의미의 프로슈머는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1980년 자신의 역저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융합되어 가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 여기서의 프로슈머는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단순히 구매하는 수동적인 소비자상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능동적인 소비자상을 설정하고 있다.

전문가와 소비자의 합성어로서의 프로슈머는 자신의 취미를 살리기 위해 제품의 구매에 있어 아마추어 수준을 넘는 전문가적 지식과 다양한 정보기술을 활용하는 집단을 말한다. 전문가로서의 프로슈머는 컴퓨터와 인터넷, 정보기술로 무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흔히 디지털 프로슈머 혹은 C-세대로 불리는 이들 집단은 주로 20·30대의 젊은 계층으로 휴대폰 하나로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골라 들으며 웹사이트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콘텐츠와 창의성을 중시하며 유명인이 되길 꿈꾸고,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 찍기를 좋아하며, 사회적 변화와 기술의 진보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들은 자신의 경험과 취미, 전문지식을 살려 특정영역, 예를 들면 낚시, 육아, 요리, 사진, 레게음악 등의 웹사이트을 열어놓고 있으며 심지어 개인 인터넷방송국을 운영하기도 한다.

자족형 프로슈머의 경우에는 이익지향적인 기업에 의해 만들어진 부가가치제품(value-added products)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저가의 단순 제품이나 원자재를 구매하여 자신만의 제품을 생산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이들의 일부는 자원절약이나 환경보호운동에 앞장서며 소비행위를 개인적 신념과 가치, 사회적 목표와 연계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들 프로슈머가 기업에 중요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프로슈머는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기업에 제공한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비차별화되어 가는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개별 고객의 욕구에 특화된 대량 고객화(mass customization)가 필요하며, 기업 입장에서는 일반 소비자와 달리 적극적으로 제품의 생산과정에 참여하길 원하는 프로슈머를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대량 고객화를 달성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이고 비용 효율적이며 빠른 수단이다.

둘째, 프로슈머는 기업에 좋은 시장기회를 제공한다. 음악의 경우를 예로 들면, Apple이 출시한 iTunes Music Store는 음악시장에서 기업형 음반제작자의 사업을 도와주고 있을 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iTunes Music Store는 1회 매출 99센트 중 65센트를 메이저 음반사에 제공하고 있으며 그 결과 겨우 손익분기점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 만약 Apple이 아마추어 작곡가나 연주가, 즉 프로슈머의 작품을 제공하는 Garage Band와 제휴하여 이들의 음악을 업로드하여 판매할 수 있다면 이는 Apple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프로슈머가 기업에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이들 자체가 중요한 세분시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소비자시장에서 프로슈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제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25%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인구통계학적으로 또는 사회문화적으로 독특한 세분시장이며 이들의 구매력은 크지는 않지만 무시하지도 못할 수준이다. Euro RSCG의 서베이에 의하면 전체 프로슈머 중 약 27%는 스타일 지향적이며 이들의 상당수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기만 하면 고가 제품도 구매할 의향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프로슈머는 신제품이 주류(mainstream)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다. 프로슈머는 일반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브랜드 전도사(brand evangelists)로 불린다. 프로슈머는 신제품을 주류 시장에 비해 6개월에서 18개월 정도 먼저 수용하며 트렌드를 이끌어간다. 패션마케터가 프로슈머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프로슈머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아홉 명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달한다는 데 있다.

일반 소비자가 단 두 명에게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파급효과라 할 수 있다. 타인과 자신을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의사소통하고자 하는 성향이야말로 프로슈머의 가장 큰 특징인 동시에 기업에는 가장 큰 시험대인 것이다.

프로슈머 시대가 전개될수록 기업의 마케팅 활동은 복잡해지며 그만큼 마케터의 고민도 커진다. 왜냐하면 프로슈머가 기업에 반드시 이로운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토플러는 2006년 자신의 저서 ‘부의 미래(Revolutio nary Wealth)’에서 프로슈머가 기업의 직접적인 경쟁자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토플러는 프로슈머가 기존 제품의 탈시장화와 자신이 개발한 제품의 시장화를 주도하며, 생산주체로서 크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기업이 프로슈머를 정보제공자 혹은 제품개발의 보조자로 간주하고 있음도 경고했다.

기업이 프로슈머가 지닌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이들에게 시장을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프로슈머를 신제품 개발에 참여시키는 것이 과연 의미있는가를 검토하여야 한다. 소비자를 신제품 개발에 참여시키는 것이 의미있는 경우는 대체로, (1) 현재의 시장이 점차 작아지는 반면에 고객화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있어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2) 최종제품이 개발되기 전에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반드시 자주 이루어져야만 하는 경우, (3) 자사와 경쟁사가 신제품 개발을 위해 고도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할 수 있고 신속한 시제품 제작이 가능한 경우이다. 만약 자사가 처한 상황이 위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프로슈머를 신제품 개발에 참여시키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며, 기업 입장에서는 프로슈머를 만족시키는 것보다 이들을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득일 수 있다.

둘째, 프로슈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무언가 독특하고 뛰어난 장점을 갖고 있어야 한다. 프로슈머의 가장 큰 자산은 이들이 여기저기 소문을 내고 다닐 수 있는 능력이다. 프로슈머에 관한 보고서인 Prosumer Pulse 2004는 프로슈머로 하여금 자사의 브랜드가 지닌 강점을 계속 전파하도록 하는 것이 마케터에게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셋째, 프로슈머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광고를 촉진수단으로 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로슈머는 독백보다는 대화, 침묵보다는 표현을 즐긴다. 특히 프로슈머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스타일 라이퍼(Style-lifers)’, 즉 생활의 질을 추구함에 있어 대중으로부터의 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소비자의 경우에는 대중매체에 의한 광고가 효과적이지 못하다. 이들은 Sky-Pl us, TiVo 등의 장비를 활용해 자신의 매체를 설계한다. 프로슈머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상호작용(interactivity)이며 따라서 마케터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프로슈머와 기업, 프로슈머와 프로슈머 간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임영균

한국유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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