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경영한다, 고로 대박은 계속된다

마케팅 넋두리|2008.07.14 09:08

상상력 경영한다, 고로 대박은 계속된다
독특한 아이디어, 기업문화 바꾸며 고속 성장의 동력 … ‘정보사회’ 다음은 ‘꿈의 사회’

파격적인 베네통 광고(왼쪽)와 베네통 상상력의 산실인 파브리카 연구원들.

상상력을 키우는 퀴즈 하나. 최근 KT 임원진 65명은 강원도로 리더십 워크숍을 떠났다. 다음 중 그들이 그곳에서 한 일은 무엇일까. 1) 경영학 세미나 2) 영어공부 3) 아카펠라 부르기, 다큐멘터리 찍기, 천연염색, 드로잉

퀴즈 둘. 2006년 닛케이 BP사 선정 ‘일본을 빛낸 혁신가’ 대상은? 1) 일본 최대인 도쿄 우에노 동물원 2) 일본 총리 3) 종업원 25명의 아사히야마 동물원

답은 모두 3)번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상상력’이다. KT 임원진은 워크숍에서 머리 싸매고 공부한 게 아니라 상상력을 발휘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창조적인 리더십을 배웠다. 매각될 위기에 처했던 지방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상상력을 통해 일본 제1의 동물원으로 등극했다. 단순히 동물을 전시하는 게 아니라 동물의 행동과 능력을 전시하는 개념으로 바꾼 성과였다. 이곳에선 유리터널 수조 안에서 헤엄치는 펭귄, 감춰진 먹이를 찾아 야생의 능력을 발휘하는 원숭이를 구경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통해 1996년 한 해 방문객이 26만명이던 작은 동물원이 10년 뒤 270만명이 찾는 일본 최대의 명물 동물원이 됐다.

“펭귄을 날게 하라” 일본 최고 동물원으로 변신

상상력이 화두인 시대다. 사막을 세계 최고 관광도시로 만들겠다는 두바이의 야심찬 프로젝트나, 한국이 만들어 수조원대의 시장을 개척한 온라인 게임, 파브리카라는 예술가 집단의 상상력을 빌려 패션에 활용하는 베네통, 세계 LCD TV를 석권한 삼성 보르도의 성공이 모두 독특한 상상력의 산물이다. 3M, KT·G,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 메타브랜딩 등 주목받는 기업들은 모두 상상력을 한껏 끌어올려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상상력 경영’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국내외 사례를 소개한다.

# 메타브랜딩

메타브랜딩은 생일을 맞은 사원에게 반나절을 쉴 수 있는 ‘반휴가증’을 제공한다. KT·G가 홍익대 앞에 세운 복합 문화공간 ‘상상마당’의 라이브 홀(아래).

브랜드 네이밍(작명) 및 컨설팅 업체인 ‘메타브랜딩’에는 월요병이 없다. 월요일 아침 직원들은 회사로 출근하는 게 아니라 영화관으로 가서 조조영화를 보는 게 첫 ‘업무’이기 때문이다. 아침 보고 등 특별한 일로 빠지는 이들을 제외하고 직원 28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이 ‘월요 시네마’를 이용하고 있다. 영화감상을 한 뒤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회사로 출근하면 보통 1시30분. 본격적인 업무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월요 시네마’가 상상력 충전을 위한 행사라면 ‘수요 스터디’는 지식 충전을 위한 것이다. 수요일 오후 6시 모든 직원이 모여 같이 식사를 하고, 브랜드 네이밍과 관련한 최신 트렌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발표된 자료는 지식공유사이트(www.brandreport.com)에 올려 일반에게도 공개된다. 이 사이트의 회원은 약 3만명.

1994년 설립된 이 회사는 곧바로 주5일 근무, 10시 출근 제도를 도입했고 직원을 중심에 둔 창의적인 다양한 제도를 시행해왔다. 마케터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인 ‘별난 MBA’, 연중 한 달 무급휴가제, 날씨 좋은 날 깜짝 야유회, 사내 동아리인 글로벌·나눔·행복·지식위원회 운영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무급휴가 때는 반드시 해외를 다녀와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이런 기업문화가 이 회사의 오늘을 만들었다. ‘오케이 캐쉬백’ ‘삼성 하우젠’, 자동차 ‘렉스턴’, 담배 ‘타임’ 등을 작명한 곳이 바로 이 업체다. 지난해 매출 25억원을 올린 중소기업이지만 기업문화만큼은 대기업을 넘어서고 있다.

이 회사 박항기(39) 대표는 평소 “상상력을 기업문화의 근간으로 삼아 직원과 경영자가 모두 행복한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메타브랜딩이 국내 기업문화를 바꾸는 시발점이 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 베네통 파브리카

기업의 상상력이라고 하면 독창적인 광고와 컬러풀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네통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부와 수녀가 키스하는 광고, 남자가 마치 운동화 끈을 매듯 맨발에서 올라온 끈을 졸라매는 광고, 엉덩이에 에이즈 양성이라고 적힌 광고…. 베네통은 이런 상상력의 많은 부분을 파브리카(Fabrica·라틴어로 워크숍의 뜻)라는 커뮤니케이션 연구센터에 기대고 있다. 루치아노 베네통 회장이 예술가들의 신선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제공받기 위해 1994년 설립한 이곳은, 쉽게 말하면 ‘응용 창조성 실험실’이다. 산업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캠페인, 영화, 음악, 인터랙티브, 출판 등의 부문으로 나뉘어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계점 이상을 바라보고 의사소통과 문화와 시장, 열정과 이성을 혼합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파브리카를 세웠습니다. 파브리카는 베네통 그룹의 기업문화,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패션에 긍정적 영향을 갖는 미래를 향한 주의 깊은 눈인, 내일의 트렌드를 연구하는 선두에 서 있습니다.”(루치아노 베네통 회장, 2006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 조직의 리크루팅 담당자는 매년 전 세계에서 다양한 언어, 문화, 태도를 지닌 25세 이하의 인재를 선발한다. 지원자의 가능성이 확인되면 2주간 방문 면접을 실시하고, 이를 통과하면 1년간 전액 장학금을 제공한다. 파브리카 연구원이 되면 팀제도하의 체험실습과 토론을 통해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특이한 것은 여러 예술분야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섞여 공동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 엉뚱한 아이디어가 곧잘 나온다는 점이다.

이곳을 진두지휘하는 로렌초 디렌조 파브리카 연구소장은 “디자인이 잘된 한 벌의 티셔츠도 예술이 될 수 있다”며 파브리카를 새로운 문화 양성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곳은 산업디자인 아이디어 제공뿐 아니라 그동안 국제 기아대책을 위한 국제커뮤니케이션 캠페인 기획, 고릴라 등 영장류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인 ‘제임스와 다른 영장류’ 프로젝트, 2004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됐던 영화 ‘열대병’과 멀티미디어 오페라 ‘크레도’, ‘컬러스(Colors)’ 잡지 등을 만들어왔다.

창의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두바이의 초호화 칠성호텔 ‘버즈 알 아랍 호텔’(아래)과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세계 최고층 버즈 두바이.

# 두바이 프로젝트

눈을 돌려 중동을 바라보면 상상력 하나로 천지개벽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영에도 상상력이 얼마나 큰 요소가 되는지 짐작할 수 있는 사례가 바로 두바이다. 두바이의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역사상 어떤 인물도 상상하지 못한 미래지향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세계 최고층(700m) 건물이며 두바이의 상징이 된 ‘버즈 두바이(Burj Dubai)’, 돛단배 모양의 세계적 초호화 칠성 호텔 ‘버즈 알 아랍 호텔’, 서울시 절반 면적의 테마파크 ‘두바이 랜드’, 바다 속 20m 아래에 짓고 있는 수중 호텔 ‘하이드로폴리스’, 벽면에 설치된 전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크리스털 돔’, 야자수 모양으로 바다를 메워 만든 인공섬 팜 아일랜드, 인공섬 300여 개로 만들어지는 세계지도 모양의 ‘더 월드’, 사막의 찌는 더위에도 실내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스키 두바이’….

시(詩)와 함께 자랐고 모든 영감과 상상력, 창의력을 시에서 얻는다는 셰이크 모하메드는 “두바이에서는 실패를 제외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1995년 왕세자로 지목되자마자 “몇 년 있으면 바닥날 석유만 믿고 있을 수 없다. 석유 이외의 곳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 그것도 신속하고 획기적으로 벌어야 한다”며 관광산업 중심의 21세기 비전을 발표했다. 이후 과감한 규제 철폐와 외자유치 등으로 순조롭게 프로젝트를 진행해가고 있다. 2006년 65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던 두바이는 10년 뒤 연간 1억명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140만명 인구 가운데 순수 자국 인구가 30만명에 불과하지만 두바이의 상상력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셰이크 모하메드의 두바이 프로젝트’라는 책을 쓴 안의정 씨는 두바이의 성공요소로 무엇보다 지도자 모하메드의 리더십을 꼽는다. 개인 재산 축적에 몰두하는 중동의 다른 왕족들과 달리 셰이크 모하메드는 자신의 재산을 내놓고, 철저히 국민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다는 것. 또 현장을 발로 뛰며 전문가 2000여 명으로 구성된 싱크탱크의 조언을 듣고, 국민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상상력이 실천될 수 있도록 테스트한다고 한다. 지도자의 상상력과 실천력이 두바이의 번영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고구마 팔 때 구이용 냄비도 끼워 팔아

메타브랜딩, 파브리카, 두바이의 ‘전면적인’ 상상력은 아니지만 작은 상상 하나로 집단 이미지를 완전히 바꾼 경우도 있다.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회사인지 짐작하기 힘든 KT·G(전신은 한국담배인삼공사)다. 2003년 1월 민영화 이후 공사는 낡고 부정적인 공기업 이미지를 없애고 젊고 현대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상상예찬’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내부 토론을 거쳐 나온 이 아이디어 덕분에 KT·G는 ‘젊음’을 기업 이미지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최근 KT·G는 슬로건을 ‘더 좋은 내일을 상상합니다’로 바꾸고 기업의 사회공헌 이미지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서울 홍익대 앞에 9월 개장한 지하 4층, 지상 7층 규모의 복합 문화공간 ‘상상마당’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농수산 홈쇼핑에서 고구마를 팔 때 구이용 냄비를 원가로 끼워 팔아 냄비를 산 사람들이 계속 고구마를 사먹을 수 있도록 한 참다래유통사업단(대표 정운천), 직원들의 고유 업무 외 관심분야에 근무시간의 15%를 쓰게 한 SM, 한방 기술을 화장품에 접목해 단일 브랜드로 매출액이 동종업계 2위 기업에 맞먹는 태평양의 설화수, 김승연 전 한화 회장이 자사 대표상품인 화약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낸 서울세계불꽃축제도 모두 번뜩이는 작은 상상력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기업과 개인, 집단에 상상력이라는 요소가 중요해진 이유는 시대적 변화 탓이다. 이마스 김민주 대표는 이를 두 가지로 진단했다.

“첫째,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자본과 노동, 지식을 부가가치로 연결되게 하려면 무언가 새로운 것이 필요해졌다. 그것이 바로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둘째, 예전에는 아무리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해도 기술이 부족해 기발한 제품이 나오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첨단기술이 발전함으로써 생각한 것을 즉각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우리 사회는 이미 상상력의 시대로 방향을 틀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얼마 전 내한했던 롤프 얀센 코펜하겐 미래학연구소장도 “정보사회 다음인 꿈의 사회가 이미 시작됐다. 꿈의 사회에서는 상품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든 꿈을 사고판다. 꿈은 이야기이고 문화다”라고 진단했다.

위에 거론한 기업이나 집단은 한발 앞서 상상력을 경쟁력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 못한 곳과 어떤 차이가 있었기에? ‘상상력 경영’을 퍼뜨리고 있는 삼성경제연구소 강신장 상무는 리더의 방향 제시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는 “두바이의 셰이크 모하메드나 일본 아사히야마 동물원 소장의 상상력 있는 방향 제시가 구성원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상상력에 의한 제대로 된 방향 설정이 위대한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예술가·과학자 상상력 기업에 접목

이렇게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상상력은 어디에서 어떻게 배워야 할까. 처음으로 돌아가서 KT 임원들이 배웠던 것을 떠올려보자. 그들은 예술활동에서 상상력을 배우고자 했다. 그것이 답이다. 문화마케팅 회사인 ‘풍류일가’ 김우정 대표는 “이제까지 기업은 식스 시그마니, 전사자원관리(ERP)니 하는 규격화된 경영기법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것들을 체득하고 한계에 다다른 지금 필요한 것은 예술가나 과학자 등 창조자들의 상상력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상무도 “지난 50년 동안 서양을 따라잡는다는 캐치업(catch-up) 전략은 주효했지만 이제 더는 서양에서 베낄 게 없다.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사람들의 욕망을 읽고 그것을 해소해주는 상상력이 필요한 때다. 그 상상력은 문화예술과 인문학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해외 석학의 기업 내 상상력 분석
급변하는 기업환경 창의력 뛰어난 직원 선호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장인 로저 마틴(Roger L. Martin)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2005년 2월호)에서 조직원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시돼야 하는 이유를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글에서 버텀업(Bottom-Up) 방식과 톱다운(Top-Down) 방식의 경영을 비교하면서 갈수록 상상력을 중시하는 톱다운 방식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버텀업 방식은 과거에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사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증명이 가능해야 하고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식스 시그마(Six Sigma), 고객관계관리(CRM), 전사자원관리(ERP) 등이 바로 신뢰성을 중시하는 기업이 선호하는 경영혁신 방식이다.

반면 톱다운 방식은 데이터가 아니라 직관에 의존한다. 아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지만 ‘될 것 같다’는 타당성(Validity)이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여기에서는 고객에게서 듣는 이야기, 디자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창의력 등이 중요하다. 세상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데이터가 수집될 때까지 의사결정을 유보하다가는 좋은 사업 기회들을 놓치기 쉽다는 것이다. 그렇게 기회를 놓치는 일이 반복되면 회사의 생존이 불가능해지게 되기 때문에 요즘 기업들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직원들을 원한다.

물론 많은 기업에서 톱다운 방식을 수용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면 두 요소 다 필요한 방식이다. 따라서 평상시에는 직원들이 버텀업 방식으로 일하면서도 상상력과 창의력을 살릴 수 있게 회사 분위기와 제도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출처 : ‘마케팅 상상력’(리더스북) 중에서


출처: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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